몇 일 날씨가 포근해 봄이 온 듯했는데, 2월17일 아침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이날 오후 오사카총영사관 관내의 민단 각 지방본부를 비롯한 동포단체를 초청해, ‘소통 공감 공유를 위한 2021년도 동포단체 대표 워크숍’을 했다.
한 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관내에 있는 다양한 동포단체들이 올해 중점적으로 벌일 사업과 계획을 발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이다. 각자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동포 단체들이 의외로 많이 있지만 서로 무엇을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시작한 행사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속담도 있듯이, 동포 단체들이 서로 공유하고 협력하고 친목을 다지면서 사업을 효과적으로 해 나가자는 뜻에서 만든 ‘신년맞이 동포단체 합동 워크숍’으로 보면 된다.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하는 날에 맞추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부니, 하늘이 심술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시간여에 걸친 긴 시간 동안, 모든 참석자들이 전혀 흐트러짐 없이 서로의 발표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날씨도 참석자들의 열기를 식히지 못한 셈이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단체는 모두 24개 단체이다. 민단에서 12개, 비 민단 단체에서 12개로 균형을 이뤘다. 가장 규모가 큰 오사카 민단에서 본부를 포함해, 부인회 청년회 학생회 체육회 등 5개 단체가 참석했다. 교토 민단과 시가 민단, 나라 민단이 각각 본부와 부인회 2 단체씩 참석했고, 와카야마 민단은 본부만 참석했다.
비 민단 쪽 단체에서는 신정주자 단체인 관서한인회, 민주평통근기협의회, 코리아엔지오센터, 오사카한국청년회의소, 교토한국청년회의소, 오사카한국청년상공회, 옥타 오사카지회, 한글학교 관서지역협의회, 재일한국인변호사협회(라작, LAZAK), 우리민주연합, 이쿠노 코리아타운상가회, 윤동주추모회가 참석했다. 이 가운데 라작, 우리민주연합, 이쿠노 코리아타운상점회, 윤동주추모회는 올해 처음 참석했다.
워크숍은 먼저 민단 쪽 단체들이 올해의 중점적인 사업 방향과 사업을 발표한 뒤, 비 민단 단체들이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3시간 정도의 한정된 시간에 24개 단체가 발표를 하자니, 발표 외에 추가적인 논의를 할 시간이 거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내 옆에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있고, 각자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동포 단체 대표들을 만나보면 상상 이상으로 옆 지역의 단체, 다른 단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주위에 어떤 동포단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한 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 다른 단체들에게 같이 모여 얘기를 하자고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역시 각 단체들이 구심점 없이 옆으로 퍼져 있는 상황에서는, 이들 단체들을 한 자리에 모아 얘기를 붙이고 연결을 도와주는 일은 공관(총영사관)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관은 개별 단체들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 관내 단체의 전반적인 사정을 파악할 수 있고 나라의 대표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중심 노릇을 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워크숍이 지난해보다 특히 의미가 있었던 것은 참가 단체들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라작과 같은 전문가 단체가 참여한 것이나, 우리민주연합과 같은 진보성향의 단체가 민단과 함께 자리한 것, 연대보다는 개별적인 활동에 집중해왔던 윤동주추모회나 이쿠노 코리아타운상점회가 참석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념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활동 영역의 면에서도 확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계기를 통해 동포사회의 화합과 연대가 더욱 강화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긴 시간의 회의에 지루할 법도 했을 텐데, 행사가 끝난 뒤 참석한 동포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말 의미 있는 행사였다. 많이 배우고 도움이 됐다”으로 말을 건네주었다. 워크숍 시작에 앞서는 그동안 시간을 잡지 못하거나 사정이 있어 하지 못한, 2020년 민주평통 의장(대통령) 표창과 2020년 활동우수 동포 총영사상 수여식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