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기와 대답하기, 어느 쪽이 어려울까? 쉽게 뭐라고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어느 쪽도 나름 어려움이 있다.
잘 묻기 위해서는 묻으려고 하는 사람에 관해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만나기 어려운 사람과 애써서 약속을 잡아놓고 나이, 출신지 같은 질문을 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만큼 한심한 일도 없을 것이다.
대답하기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상대에게 미리 예상 질문을 받아도, 질문자가 그대로 묻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질문자는 최소한 질문 순서라도 바꾸거나 숨겨놓은 질문을 불쑥 하면서 교란을 꾀한다. 그래서 답변을 잘 하려면 사전 준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사안에 관해 정리된 자기 생각이 확고하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여러 질문으로 흔들어도 일관성을 유지하며 대답할 수 있다.
그래도 둘 중에 어느 쪽이 더욱 어려운지 고르라면, 역시 답하는 쪽일 것이다. 질문은 공격이고 답변은 방어라고 생각하면, 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아마 내가 30년 이상 묻는 쪽에 있다가 몇 년 전에 답변하는 쪽으로 위치를 옮긴 것도 약간은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줬기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첫 저서인 <총영사 일기>를 현지에서 일본어로 출판한 것을 계기로, 오사카지역의 일본인과 동포 지인들이 11월28일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었다. 지인들이라고 하지만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교수, 문인, 언론인,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쟁쟁한 분들이 발기인을 맡아주었다. 코로나 제3파의 와중이어서 30명 정도가 모인 조촐한 행사였지만, 참가자 중에는 멀리 히로시마에서 일부러 참석하러 온 분도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 고맙고 과분한 행사였다.
출판을 계기로 저자인 나의 강연을 듣자는 게 모임의 명분이었지만, 강연 20분에 질의응답이 40분 이상 되는 쌍방향 소통의 행사가 되었다.
질문에서는 오사카 생활의 느낌, 대학 시절의 생활 등 신변잡기적인 것부터, 민족교육과 동포들의 일본 지방참정권, 지역 학자들의 역할, 양쪽 언론의 문제점, 역사갈등의 해결 방안과 민간교류 등 난이도가 아주 높은 것까지 다종다양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대부분이 호의를 바탕으로 한 질문들이어서 호흡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질문자들이 모두 내로라하는 분들이라, 답변을 하면서 마치 대학 입시 때 학생이 대학교 교수 앞에서 면접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부족한 일본어이지만 가급적 질문에서 도망가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질문한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서로 가슴을 터놓고 솔직하게 장시간 대화를 했으니, 이전보다는 서로 이해와 공감의 폭이 커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것이 책 출간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라면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어려운 때 출판기념회를 열어주고 참석해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